영월 창령사지 오백나한(蒼嶺寺址 五百羅漢)
창령사터 오백나한(蒼嶺寺址 五百羅漢)은 강원도 영월군 남면 창원리, 해발 300여 미터의 산자락에 위치한 고려 시대 사찰 창령사 터에서 발견된 불교 조각군으로, 한 사찰 터에서 발견된 나한상 집단으로는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나한(羅漢)’은 깨달음을 얻은 성자를 의미하며, 불교에서는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수호하고 전하는 존재로 존중된다. 이곳의 조각들은 원래 고려 후기 창령사(蒼嶺寺)의 경내에 조성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존하는 오백나한은 317구가 전해지고 있으나 원래에는 대략 5백 여구가 조성되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각각의 나한상은 키 30~50센티미터 정도의 비교적 작은 석조상으로, 화강암에 조각되었다. 조형적 특징은 개성이 뚜렷한 얼굴과 자세에 있다. 어떤 상은 합장을 하고, 어떤 상은 웃거나 찡그리며, 또 다른 상은 졸고 있는 듯한 모습으로 표현되어 있어, 사람들의 희로애락과 다양한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이는 형식화된 불상과는 달리 서민적이고 인간적인 불교 조각의 특징을 잘 보여준다.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종교적 신앙의 대상이자 예술적 성취로서의 가치가 크다. 개별 조각이 모두 다른 표정과 몸짓을 지닌 점은, 수행자의 다양성과 깨달음에 이르는 길의 다채로움을 상징하는 동시에 고려 후기 불교 조각의 사실성과 창의성을 드러낸다. 또한 장인들이 당대 민중의 삶과 정서를 반영하여 신앙적 조각을 생활감 있게 표현했다는 점에서, 한국 불교 조각사에서 독창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창령사터 유적은 오랫동안 방치되어 훼손이 심했으나, 현재는 발굴된 유물들이 원주 시립박물관과 국립춘천박물관 등에 보관·전시되고 있으며, 유적지 자체도 문화재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창령사터 오백나한은 고려 불교 신앙과 미술의 현장성을 보여주는 귀중한 유산으로, 나한 신앙의 전파와 한국 불교 조각사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핵심적인 자료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