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의 시간과 공간에 남은 불국토의 흔적,
그 위에 새겨진 침묵과 풍경을 기록하다.”
<불국기(佛國記)>는 1987년부터 시작된 장기 사진 프로젝트다.
불교는 네팔의 석가모니 출생지인 룸비니에서 탄생한 이후 인도 북부에서 교리와 수행 체계를 확립한 뒤, 아시아 전역으로 전파되었다. 불교의 전파 여정을 따라가며 그 길 위에 남겨진 유적과 풍경을 기록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다. 불교 확산 경로는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도시와 교차로, 그리고 해상 교역로를 따라 이어졌다. 그 여정 속에서 수많은 사찰, 석굴, 불탑, 불상, 벽화, 경전이 탄생했다.
이 프로젝트는 네팔·인도·파키스탄·러시아 칼묵공화국·투바공화국·몽골·스리랑카·미얀마·캄보디아·라오스·인도네시아·베트남·중국·티벳·일본·한국 등 16개 지역의 불교 유적을 조사·기록한다. 각 유적마다 사진과 해설을 제공하며, 불교가 각 지역에서 어떻게 토착 신앙과 융합하고 정치·사회적 변화를 거쳐 독자적인 예술과 신앙 형태를 만들어왔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미얀마의 황금 파고다, 중국 둔황의 석굴벽화, 캄보디아 앙코르 유적, 티벳 오지의 사원군, 파키스탄 간다라 불상 등은 그 시대와 지역이 불교를 해석하고 구현한 대표적인 사례다.
<불국기(佛國記)> 프로젝트는 1980년대 후반부터 현재까지 30여 년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교 전파 현장의 모습을 장기적으로 기록하며, 사라져가는 유적과 변모하는 신앙의 무대를 후대에 전하고자 한다.
이 작업은 단순한 여행 기록이 아니다.
불교의 보편적 가치와 문화적 다양성을 탐구하는 문화사적·미술사적 기록이자, 전 세계 불교의 여정을 한눈에 조망하고 그 기억을 후대에 전하는 시각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