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도다이지 (동대사; Dodaiji)

도다이지(東大寺)는 일본 나라현 나라시에 위치한 대규모 불교 사찰로, 나라 시대(710~794)의 국가불교 정책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건축물이다. 8세기 중엽 쇼무(聖武) 천황의 발원으로 건립되었으며, 불교를 통해 국가를 안정시키고 천하를 하나로 통합하려는 의지가 담긴 ‘국분사(國分寺)’ 체계의 중심 사찰로 기능했다. 사찰의 조성에는 일본 국내의 역량뿐 아니라 당나라, 한반도, 동남아시아 등지와의 국제적 교류가 적극적으로 반영되어, 건축様式·불상 제작 기술·장식 요소에서 다문화적 특징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도다이지는 일본 불교사와 미술사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사찰의 중심 건물인 대불전(大仏殿)은 세계 최대 규모의 목조 건축물 가운데 하나로, 장대한 맞배지붕과 균형 잡힌 목재 구조가 압도적인 위용을 자랑한다. 내부에는 높이 약 15미터에 달하는 청동제 비로자나불(毘盧遮那佛, Vairocana Buddha) 좌상이 봉안되어 있는데, 이는 일본 불교의 법신불(法身佛) 신앙을 대표한다. 불상은 8세기 당시 일본에서 보기 드문 대규모 청동 주조 기술로 제작되었으며, 당시 국내 기술력만으로는 불가능해 해외에서 장인과 자재를 대거 들여와 완성했다. 불상의 두 손은 ‘설법인(說法印)’을 결하고 있어, 부처가 중생에게 법을 설하는 장면을 형상화한다. 대불전 앞의 남대문(南大門)은 가마쿠라 시대(12~14세기)에 재건된 것으로, 목조건축의 웅장함과 함께 금강역사(仁王像)의 역동적인 조각이 방문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도다이지는 건립 이후 여러 차례의 천재지변과 화재로 손실과 중창을 반복했으나, 그때마다 당시의 최고 기술과 자재가 동원되어 원형을 복원하려는 노력이 이어졌다. 사찰 경내에는 대불전 외에도 니가쓰도(二月堂), 호쿠에쓰도(北越堂) 등 다양한 전각이 자리하며, 각 건물은 시대별 건축 양식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주변은 사계절 내내 경관이 빼어나, 봄의 벚꽃, 여름의 짙은 녹음, 가을의 단풍, 겨울의 설경이 대불전과 어우러져 장엄한 풍광을 연출한다.

오늘날 도다이지는 일본 불교의 정신적 상징이자 동아시아 불교미술 융합의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매년 3월에 거행되는 ‘수행회(修二会, Shunie)’ 의식은 1,200년 이상 이어져 온 전통 행사로, 참회와 기도의 불빛이 사찰을 밝히며 수많은 신도와 관광객이 이를 보기 위해 모여든다. 이처럼 도다이지는 종교적 신앙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결합된 장소로, 과거와 현재를 잇는 살아있는 사찰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역사·문화적 명소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