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르가 마애불 (Karga Buddha)
카르가 불상(Karga Buddha)은 파키스탄 길기트-발티스탄 주 길기트 시 외곽의 카르가 계곡 절벽에 새겨진 대형 암각 불상으로, 제작 시기는 7~8세기경으로 추정된다. 이 지역은 당시 실크로드의 중요한 교차지점으로, 인도 카슈미르와 간다라 지역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의 영향을 받으며 불교가 전파되던 핵심 거점이었다. 불상은 높이 약 15미터에 달하는 절벽면에 부조 형식으로 조각되었으며, 석가모니불의 입상을 단순하면서도 힘 있는 선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규모와 양식은 고대 불교가 오늘날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까지 깊이 뿌리내렸음을 보여주는 귀중한 증거다.
불상의 자세는 오른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설법하는 ‘설법인(說法印)’을 취하고, 왼손은 길게 내려 옷자락을 잡고 있는 형태다. 이 도상은 인도-카슈미르 불교 조각 양식과 일치하며, 당시 북인도 불교미술의 전형적인 특징을 반영한다. 불상 주변을 감싸는 아치형 조각틀과 섬세한 장식 요소는 카슈미르 불교미술의 전통과 간다라 양식이 융합된 결과로, 후대 티베트 불교 석조 조각에서도 유사한 형식이 이어졌다. 이는 동서 불교미술이 실크로드를 매개로 활발히 교류했음을 잘 보여준다.
카르가 불상은 한때 지역 신앙과 순례의 중심지로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나, 불교 세력이 쇠퇴하면서 오랜 기간 방치되었다. 20세기 후반 학계에 다시 알려진 뒤, 파키스탄 내에서 드물게 남아 있는 대형 불교 석조 유물로 평가받으며 보호·보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불상이 위치한 카르가 계곡은 주변의 험준한 산세와 절벽, 그리고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길이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며, 실크로드의 역사와 불교 전파사의 흔적을 함께 전한다. 오늘날 이곳은 역사·예술·종교적 가치가 결합된 현장으로, 학자와 여행객 모두에게 깊은 인상을 주는 유적지로 자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