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얌부나트 사원 (Swayambhunath)

스와얌부나트 사원(Swayambhunath)은 네팔 카트만두 서쪽 언덕 정상에 위치한 불교 사원으로, 약 1,5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네팔 불교의 대표 성지다. 현지에서는 ‘스와얌부’(Swayambhu) 또는 ‘원숭이 사원(Monkey Temple)’으로 불리는데, 이는 사원 경내와 주변에 서식하는 수많은 원숭이에서 유래한다. 이곳은 티베트 불교와 네와르 불교가 공존하는 드문 종교 공간으로, 건축과 장식, 의식에서 두 전통이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전설에 따르면, 카트만두 계곡이 호수였던 시절, 호수 위에 핀 연꽃 속에서 스스로 빛을 발하는 불성이 솟아올랐고, 그 자리에 처음 스투파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러한 신화적 기원은 사원의 이름이 뜻하는 ‘스스로 존재하는 성스러운 곳’과 직접 연결된다.

사원의 중심 구조물은 거대한 반구형 돔 위 황금빛 탑(하르미카, harmika)으로, 네 면에는 부처의 눈이 그려져 사방을 굽어본다. 이 눈은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지혜’를 상징하며, 그 아래의 곡선은 네팔 숫자 ‘१’로 표기되어 모든 존재가 하나의 깨달음으로 귀결됨을 의미한다. 돔과 하르미카 주변에는 불교 교리를 상징하는 장식과 조각이 둘러져 있으며, 스투파 주변으로는 수백 개의 기도륜(마니차)이 설치되어 있다. 순례자들은 이를 시계 방향으로 돌리며 진언을 외우고, 이러한 반복 행위를 통해 공덕을 쌓고 마음을 정화한다고 믿는다.

경내에는 크고 작은 불탑, 전각, 불상, 경전 보관소가 있으며, 곳곳에는 티베트 불교의 만다라 세계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벽화와 조각이 남아 있다. 네와르 장인들이 남긴 목조와 금속 세부 장식은 매우 정교하며, 전통적인 색채와 도상이 잘 보존되어 있다. 건물 배치는 불교 우주론 속 세계산 수메루를 상징하며, 순례 동선 자체가 수행자가 깨달음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형상화한다.

언덕 정상에 위치한 스와얌부나트에서는 카트만두 계곡 전경이 한눈에 들어오며, 맑은 날에는 멀리 히말라야 설산까지 조망할 수 있다. 이러한 지리적 위치는 사원을 물리적·영적 세계를 잇는 ‘축(axis mundi)’로서 더욱 의미 있게 한다. 오늘날에도 이곳은 종교적 신앙과 예술, 건축이 결합된 네팔 불교문화의 핵심 유적이자, 현지 신도와 순례자, 그리고 전 세계 여행객이 끊임없이 찾는 성지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