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사 다보탑(多寶塔, 국보 제20호)은 경상북도 경주시 불국사 대웅전 앞마당에 위치한 통일신라 시대의 대표 석탑으로, 한국 불교 석조 건축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고 장식적인 걸작으로 꼽힌다. 탑의 명칭은 『법화경』에 등장하는 다보여래(多寶如來)에서 비롯되었으며, 석가여래가 설법할 때 다보여래가 나타나 법의 진실성을 증명한다는 교리를 상징한다. 불국사 경내의 석가탑(釋迦塔)이 단정하고 간결한 양식을 대표한다면, 다보탑은 화려하고 입체적인 미학을 구현하여 두 탑이 교리와 예술 양식의 대조를 이룬다.
다보탑은 높이 약 10.4미터로, 구조적 특징은 사각 기단 위에 다양한 형식의 상층부를 결합한 복합적 형태에 있다. 네 방향으로 뻗은 돌계단과 난간은 중앙부를 향한 접근성을 강조하며, 사방 기둥과 난간은 목조건축의 구조미를 석조로 옮겨온 것이다. 기단 위에는 팔각형과 원형, 십자형의 요소가 결합되어 다층적이고 장엄한 느낌을 주며, 마치 복합적인 불교 세계를 상징적으로 집약한 듯하다.
예술적 측면에서 다보탑은 다른 신라 석탑에서 보기 힘든 장식성과 입체미를 보여준다. 석가탑이 비례와 단순미를 통해 정신적 엄숙성을 강조한다면, 다보탑은 다양한 조형적 실험과 화려함을 통해 불교 교리의 풍부한 상징성을 드러낸다. 특히 옥개석의 세부 조각과 난간 장식은 신라 장인들의 정교한 기술과 창의성을 잘 보여주며, 돌을 목재처럼 다루는 고도의 기법이 돋보인다.
상징적으로 다보탑은 다보여래와 석가여래가 한자리에 나타나 법을 증명한다는 법화경의 장면을 시각화한 것이다. 불국사 대웅전 앞에서 석가탑과 마주 서 있는 배치는 단순한 건축적 대비를 넘어, 교리적 완결성을 구현한다. 즉, 석가탑은 석가여래의 현세적 가르침을, 다보탑은 다보여래가 증명하는 진리의 보편성을 상징한다. 이로써 불국사 경내는 불교의 교리와 신앙을 건축과 예술을 통해 종합적으로 표현한 성소가 된다.
다보탑은 조선 후기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비교적 온전히 보존되었으며,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불국사의 핵심 유산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그 독창성과 상징성 덕분에 다보탑은 한국 불교 예술의 정수이자, 세계 석조 건축사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기념비적 작품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