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여 정림사지 (定林寺址)
부여 정림사지(定林寺址)는 충청남도 부여군 부여읍에 위치한 백제 시대의 대표적인 불교 사찰 유적으로, 6세기 후반 성왕대에 창건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림사는 백제의 왕도 사비(지금의 부여) 불교 문화를 상징하는 중심 사찰로 기능했으며, 오늘날에는 사지와 함께 5층석탑이 남아 당시의 건축과 신앙 양식을 전해주고 있다.
정림사지의 중심에는 국보 제9호인 정림사지 5층석탑이 자리한다. 이 석탑은 전형적인 평제탑 양식을 보여주며, 백제 석탑의 가장 완전한 형태로 평가된다. 전체적으로 목조건축의 양식을 충실히 석조로 재현하였으며, 1층 기단 위에 5층 탑신을 올려 안정감 있는 비례를 이루고 있다. 높이는 약 8.4미터로 웅장하지는 않으나 단아하고 균형 잡힌 형태가 특징이다. 특히 1층 탑신에는 후대에 새겨진 당나라 장수 소정방의 평제탑(平濟塔) 명문이 있어, 백제 멸망 당시의 역사를 전해주는 귀중한 사료로 간주된다.
사지에는 석탑 외에도 금당지, 강당지, 회랑지 등 주요 건물지의 기단 흔적이 남아 있다. 이러한 배치 양식은 백제 사찰의 전형적인 중문–탑–금당–강당의 일직선 구조를 잘 보여준다. 또한 발굴 과정에서 발견된 기와, 불상 파편, 공예품들은 당시 불교 의례와 장인 기술의 수준을 알려주는 중요한 유물이다.
정림사지는 백제 멸망과 함께 사찰로서의 기능을 잃었으나, 남아 있는 석탑과 유구는 백제 불교문화의 정수와 미학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다. 현재 정림사지는 부여의 고대 유적들과 함께 백제역사유적지구로 지정되어 201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한국 고대 불교건축 연구와 백제 문화 이해에 있어 핵심적인 자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