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군 파고다 (Mingun Pagoda)
밍군 파고다(Mingun Pagoda)는 미얀마 만달레이 인근 아야와디 강변에 위치한 미완성 석조 불탑으로, 18세기 말 콘바웅 왕조의 보돗파야(Bodawpaya) 왕이 건립을 시작하였다. 원래 계획은 높이 약 150미터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불탑을 조성하는 것이었으나, 공사가 진행되던 중 여러 차례의 불길한 예언과 재정적 부담, 그리고 1819년 보돗파야 왕의 서거로 인해 완성되지 못하였다. 현재 남아 있는 거대한 벽체는 당시 계획의 일부분에 불과하지만, 그 규모만으로도 압도적인 위용을 보여준다.
파고다는 전통적인 미얀마 불탑 양식을 따르면서도 석재를 대규모로 사용한 점이 특징이다. 건축 계획에 따르면 불탑 내부에는 불경과 불상, 공양구 등이 봉안될 예정이었으며, 완공 시에는 미얀마 불교 세계의 중심적 성지가 될 것으로 구상되었다. 그러나 공사가 중단된 뒤 수 세기에 걸쳐 지진 피해를 입으면서 외벽에는 깊은 균열이 생겼고, 현재는 거대한 폐허의 형태로 남아 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청동 범종 가운데 하나인 ‘밍군 대종(Mingun Bell)’이 함께 주조되어 있다. 무게가 약 90톤에 달하는 이 범종은 원래 미완성 파고다에서 사용될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며, 지금도 울려 퍼지는 장엄한 소리로 불법을 널리 전하는 상징물로 여겨진다. 대종은 불탑과 함께 밍군 지역의 대표적인 불교 유산으로 관광객과 순례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오늘날 밍군 파고다는 완성되지 못한 불탑이지만, 오히려 그 미완성의 상태가 역사적 상징성을 지니게 되었다. 거대한 규모와 중단된 흔적은 인간의 야망과 불교적 무상관(無常觀)을 동시에 보여주며, 미얀마 불교사의 한 단면을 증언한다. 따라서 밍군 파고다는 단순한 건축물이 아니라, 불교 신앙과 왕권, 그리고 인간적 한계가 맞물린 복합적 유산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