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스카르 바르단 (Bardan) 사원

바르단 사원(Bardan Gompa)은 인도 라다크 연방준주 잔스카르 지역 중심 마을인 파둠(Padum)에서 남쪽으로 약 12km 떨어진 차랍(Tsarap) 강변의 바위 돌출부에 세워진 17세기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계곡 중앙에 우뚝 솟은 암반 위에 자리한 이 사원은, 흰색의 건물이 강물과 황량한 고산 지형을 배경으로 극적인 대비를 이루어 멀리서도 쉽게 눈에 띈다. 아래로는 차랍 강이 굽이쳐 흐르며, 주변에는 척박한 황토 절벽과 바람에 깎인 바위, 드문드문 놓인 초르텐이 고산 불교의 풍경을 완성한다. 사원에 이르는 길은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데, 가까워질수록 바위 위에 층층이 겹쳐 쌓인 건물의 구조와 단단한 기단부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사찰의 중심 건물인 두캉(Dukhang, 법회당)은 좁은 암반 지형 위에 안정적으로 세워지도록 기단부를 돌출 구조로 설계했다. 두꺼운 흰색 회벽은 사계절의 빛과 그림자를 받아 다양한 표정을 보여주며, 지붕 가장자리에는 붉은 띠 장식이 둘러져 있다. 창문과 문틀에는 어두운 색 목재가 사용되어 흰 벽과 강한 색 대비를 이루고, 단순한 형태 속에서도 견고함과 단아함이 느껴진다. 내부는 자연광이 적어 은은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중앙에는 황금빛 불상이 봉안되어 있다. 불상 주변에는 크기와 재질이 다양한 소형 초르텐(스투파)이 배치되어 있고, 일부는 청동·목재·점토로 제작되었다. 벽면에는 불교 경전 속 장면, 보살과 수호신, 밀교 상징이 세밀하게 묘사된 벽화가 남아 있으며, 일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색이 바래 고풍스러운 질감을 더했다.

두캉과 연결된 부속 건물에는 종교 의식에 필요한 의식 도구, 탕카, 고대 불경이 보관되어 있다. 나무로 짜인 창문 너머로는 강과 계곡, 그리고 멀리 눈 덮인 산봉우리가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건물 외곽의 좁은 마당에서는 의식이 진행되며, 중요한 행사 때는 승려와 마을 사람들이 모여 기도와 독송을 올린다. 과거에는 사원 주변과 산자락 곳곳에 암자(hermitage)가 있어 수행자들이 외부와 단절된 환경에서 장기간 수행을 이어갔다. 이러한 배치는 잔스카르 불교 사찰 특유의 ‘본당–부속 암자–초르텐 군락’이라는 공간 구성을 잘 보여준다.

오늘날 바르단 사원은 단순한 종교 시설을 넘어 잔스카르 지역 문화와 신앙의 상징으로 자리잡았다. 강과 산, 하늘이 맞닿는 경계에 세워진 이 사원은 건축과 자연, 그리고 불교적 세계관이 하나로 어우러진 공간으로, 고요하고 장엄한 분위기 속에서 방문객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곳에 서면, 절벽 위의 하얀 성곽이 품어온 수백 년의 시간과 그 속에 켜켜이 쌓인 수행과 신앙의 숨결을 또렷하게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