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스카르 카르샤(Karsha) 사원

카르샤 사원(Karsha Monastery)은 인도 라다크 연방준주 잔스카르 지역, 파둠(Padum)에서 북쪽으로 약 11km 떨어진 고지대 절벽 위에 세워진 티베트 불교 사원이다. 잔스카르에서 가장 규모가 큰 사원으로, 계곡 한쪽 경사면을 따라 건물이 층층이 이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흰색의 성곽이 절벽을 감싸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 종파적으로는 겔룩파(Gelugpa)에 속하며, 전승에 따르면 11세기경 티베트의 불교 전파자 린첸 상포(Rinchen Zangpo)의 시대에 건립되었다고 전해진다. 그보다 앞서 파드마삼바바(Padmasambhava)가 이곳에 수행의 터전을 마련했다는 구전도 남아 있어, 사원의 기원은 더욱 오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주변 경관은 드넓은 잔스카르 계곡과 멀리 이어지는 산맥이 어우러져, 고요하면서도 장엄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찰 단지는 계단식으로 이어진 여러 건물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심에는 두캉(Dukhang, 법회당)이 자리한다. 두캉 내부에는 대형 불상과 불교 경전, 정교하게 그려진 벽화가 보존되어 있다. 벽화에는 석가모니불, 다양한 보살, 불교 수호신의 형상이 묘사되어 있으며, 일부는 린첸 상포 시대의 화풍을 간직해 미술사적으로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두캉 주변에는 금·은·동으로 제작된 초르텐(스투파), 섬세한 채색과 금실 장식이 더해진 탕카(불교 회화), 그리고 의식에서 사용되는 다양한 불구(佛具)들이 보관되어 있어, 지역 불교 신앙과 예술 전통의 깊이를 보여준다. 창문과 마루 너머로는 절벽 아래의 강과 마을, 멀리 눈 덮인 산봉우리가 한눈에 들어온다.

카르샤 사원은 현재 약 100여 명의 승려가 거주하며, 불교 학문 연구와 수행, 의식 전승의 중심지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사원에서는 정기적인 예불과 경전 독송이 이루어지며, 중요한 명절과 의식에는 인근 마을 주민과 순례자들이 모여든다. 매년 티베트력 6월에 열리는 구스토르(Gustor) 축제는 이곳의 대표 행사로, 수일간의 종교 의식과 함께 참(Cham)이라 불리는 전통 가면무용이 펼쳐진다. 이 의식은 불교의 수호신을 기리고 악귀를 몰아내며, 공동체의 화합과 번영을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축제 기간에는 사원과 마을이 화려한 색채와 울림으로 가득 차, 잔스카르 불교 문화의 생동감을 직접 느낄 수 있다.

오늘날 카르샤 사원은 종교적 기능뿐만 아니라 잔스카르 지역의 문화·정신적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다. 절벽 위에 우뚝 선 사원의 모습은 세월의 풍화와 혹독한 기후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신앙의 불씨를 상징하며, 방문객에게는 장엄한 경관과 함께 불교 전통이 지닌 깊은 울림을 전한다.